2009년 6월 27일 토요일

몸을 움직이는 게임이 더 나은가

 Wii나 Natal같은, 몸으로 움직이는 게임 입력방법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때는 Wii Sports류의 게임을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가 유행하기도 했었죠. Wii fit은 그 열기를 타고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뭐,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건 그 다음 일입니다만.

wii_sports.jpg
이미지출처 : www.shopdev.co.uk
 판매실적으로도 XBOX360, PS3 등을 제치고 차세대 콘솔 경쟁에서 일단 승리한 것처럼 보이는 Wii, 그 성공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무엇보다도 독자적인 포지셔닝과 그를 통해 나온 독특한 입력체계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컨트롤러 말이죠. 오늘은 한번 컨트롤러를 비롯하여 입력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만.

 곤충을 나눌 때 강목과종...으로 나눌수도 있겠지만, 머리 가슴 배로 나누는게 편할 때도 있겠죠(-_-;) 게임을 분류한다면 대개 장르별로 분류하지만 이번엔 한번 입력 처리 출력으로 나눠보겠습니다.[footnote]사실 여기에 게이머의 '반응'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 대해 더 좋은 이론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저는 입력, 처리, 출력, 반응의 4개 순환구조로 게임을 이해하는 편입니다.[/footnote] 그 중에서 입력 파트입니다. 간단히 정의하고 넘어가자면 게이머가 게임에게 데이터를 넘겨주는 과정이죠. 이 때 사용되는 것이 바로 컨트롤러입니다만, 이는 게임[footnote]언급을 잊은 것 같습니다만, 제가 말하는 게임은 모조리 '비디오 게임' 및 '컴퓨터 게임' 등 전자기기를 매개로 한 게임입니다.[/footnote]의 발전의 역사와 함께해 왔습니다.

주기율표

시험에는 안 나오는 주기율표라서 다행입니다.


 이 중에서 몇몇 괄목할 만한 변화는 십자키[footnote]아실 분은 아시지만, 주기율표를 보시면 닌텐도 게임기에만 十자 키가 있고 나머지는 아류(-_-;)죠[/footnote]라던가 포스 피드백(진동)기능[footnote]입력과 출력 사이의 신체적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손맛이라고 할까요?[/footnote] 등. 이 발전은 게임에 대한 연구[footnote]기괴한 형태의 몇몇 초기 컨트롤러를 보십시오! 저런걸로 어떤 게임을 했나 궁금하시면 AVGN의 몇몇 비디오를 참고.[/footnote]와 기술의 발전을 동시에 필요로 했습니다. 포스 피드백은 엄밀히 말하면 출력 부분이니 넘어가고, Wii나 iPhone, Natal등에서 이용하는 모션 센싱 기술 및 의사 모션 센싱 기술이 여러모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죠.

 우리는 이러한 기술의 발전을 통해 좀 더 다양하게 입력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버튼의 개수가 늘어나서 격투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신체 부위가 다양해지고, 버튼을 누르는 세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캐릭터의 이동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건 이런 변화는 게임에 대한 연구에 의해 촉발되었고[footnote]난 8방향 말고 전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 같은 발상이 아날로그 패드를 만들었겠죠?[/footnote] 게임에 대한 연구를 촉발할 것이며[footnote]iPhone용 게임을 만드는데, 터치랑 가속도센서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footnote] 이러한 점에서 기술의 발전은 약간 게임의 발전과는 거리가 있을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비단 입력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체스 게임(저는 이걸 컴퓨터 게임으로 보기보다는 보드게임 체스의 에뮬레이터 버전으로 봅니다만)에서 컴퓨터의 계산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분명 게임에 변화를 가져다 주지만 컴퓨터 체스 게임이 발전했다고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에는 좀 의문을 지닙니다. 그래픽의 발전은 명백히 게임을 변화시켜왔고, 오래 된 게임이 사장되도록 하는 첫번째 요소이기는 합니다만, 이것이 게임의 체계를 바꿀 정도의 아주 큰 변화인가? 하는데에는 생각하는 데에 시간을 요구합니다.[footnote]파이널 판타지 6에서 파이널 판타지 7로의 변화는 그런 의미에서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저도 어느정도는 기술의 발전이 게임을 발전시킨다는 데에 동의합니다.[/footnote]

 입력의 문제로 돌아옵시다. 젤다의 전설을 플레이하면서 칼을 휘두르는 키는 A키였습니다. DS로 넘어오면 터치펜으로 화면을 긁습니다. 이것은 칼을 휘두르는 동작을 터치펜으로 나름대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Wii라면 위모트를 적절히 잡고 휘두르겠죠. 이것은 칼을 휘두르는 동작 그 자체를 재현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마치 '용사는 칼을 휘둘렀다'라는 문장을 읽는 것부터, 용사가 칼을 휘두르는 장면을 그림으로 보는 것을 거쳐 실제로 용사가 칼을 휘두르는 동영상을 보는 것으로 이행하는 것을 머리속으로 떠올립니다. 매체로 이야기하자면 소설, 만화, 영화(만화영화)가 되겠습니다. 이런 변화는 사람들에게 좀 더 명확한 이미지를 전해주게 되겠고 그와 동시에, 사람들의 머리속에서 상상할 여지를 지워버린다는 비판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버튼-터치-모션 이행은 사람들에게 '좀 더 자유롭게 상호작용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줍니다. 위와는 달리, 이런 방향성이 딱히 물 위에서 비판받고 있는 것 같은 낌새는 없습니다.[footnote] 일본에 iPhone이 상륙했습니다만 예상외로 호응이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유는,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문자에 열을 올리던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화면을 보지 않고 메일(문자)을 보내는 것이 불가능해서 불편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정도 비판(?) 말고는 딱히 접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footnote] 사실 딱히 비판할 필요가 없기도 합니다. 비디오는 라디오 스타를 죽였습니다만, 모션 입력이 터치입력이나 버튼입력을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꽤 어렵기 때문입니다. 제 희망사항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주의깊게 생각하고 싶은 점은, 과연 '모션캡쳐'와 같이 좀 더 현실에 근접한 입력방법이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수 있냐는 점입니다. 저는 좀 부정적입니다. 다른 이유가 있기도 하지만 우선 Wii에서 나온 게임들이 그리 저한테 어필하지 못한다는 점이 제일 큽니다. 저는 이부분은 개인의 기호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다빈치 코드를 영화로 보는걸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설책으로 즐기는 사람도 있는 법이죠.

 하지만 어느정도 Wii로 나온 게임,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게임에 실망했다는 점은 기호의 문제로 치부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기술적 진보를 지니고 태어난 게임 입력 환경으로, 정작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은 현실의 모방일 뿐이라서 그렇습니다. 그것도 '출력'부분은 여전히 비물리적으로 다가오는 반쪽짜리임인데 말이죠. 신기하다는 점(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속도로 증발하는 재미요소)을 제외하고는 대체 무엇이 게임으로서의 생명을 유지시켜줄지 궁금합니다.[footnote]물론 그러한 의사현실 게임들이 공간의 제약을 해소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테니스장에 가지 않고도 친구들과 테니스를 치는(내지는 시간을 때우는 어떤 행동이라도 하는) 경험을 주는 것 말이죠. 하지만 이것은 지금까지의 게임에서도 가능했던 일입니다.[/footnote] Wii로 나온, 의사 모션 센싱 입력을 이용한 게임은 컴퓨터용 체스 게임과 별 다를바 없는것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아마츄어 컴퓨터 게임 제작 동아리에 소속되어 있어서, 국내 메이저 게임업계의 실무진 분들께 아마츄어 게임 제작에 대한 멘토링을 받는 자리에 참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컴퓨터로 돌리는 1:1 대전 전략 게임을 만들겠다고 발표를 했는데, 발표가 끝나고 제일 먼저 나온 멘터의 지적이 '그거 그냥 보드게임으로 만들어도 될 것 같은데 왜 굳이 컴퓨터 게임으로 만드려는 거죠?'였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Football Manager를 하는데 포스 피드백 지원 아날로그 패드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NDS로 비주얼 노벨을 만드려고 하는데 대화창 넘기는 것만 터치로 할 거라면, PSP로 옮겨타서 대화창 넘기는 건 다른 버튼으로 넘기고 그래픽을 더 고사양으로 만드는게 낫겠죠.

 우리가 지닌 제일 명확한 (현실적인) 이미지를 전달 매체는 영화입니다만, 오늘날의 영화가 있기까지 수많은 연구와 실험이 있었고, 그것은 영화를 단순한 현실 장면의 나열이 아닌 하나의 예술로 만들었습니다. 사진이 처음 찍히고 회화주의를 거쳐 오늘날의 '독자적인' 예술이 될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게임에서도 이러한 일은 일어나고 있습니다. 더 작은 단위에서도 이러한 일은 벌어져야 합니다. 새로운 표현 양식에 맞는 새로운 내용을 개발해야 하고, 새로운 입력 양식에 맞는 새로운 내용을 개발해야 합니다. 단순히 새로운 양식을 개발했으니까 잘 나갈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언제 터질지 모를 제 2의 아타리 쇼크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한가지 더 기억해야 할 점은 더 현실적인 입력 방식이 더 좋은 입력 방식이고, 따라서 더 좋은 게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 포스트에도 비슷한 이야기[footnote]제 분류에 의하면 이 글에서는 현실성 중에서도 '처리'부분-게임 로직-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출력'에 대한 부분도 조금.[/footnote]가 있어서 링크해 둡니다.

[footnote]하지만 제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이러한 것들이 축적되어 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빨리 제가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footnote]

댓글 4개:

  1. Wii로 가장 처음 접한 소프트가 <Wii 스포츠>였는데요. Wii 리모컨이 없었다면 그저 싱거운 구성의 게임이었을 것이, 몸을 움직이는 상쾌함으로 무시할 수 없는 즐거움을 줬습니다. 그런데 총 모양의 컨트롤러를 특징으로 해서 재밌을 것 같았던 Wii용 바이오하자드는 또 달랐습니다. 그게 1-2편 스타일의 플레이(지역을 탐색하고 좀비에 겁을 먹는)를 기본으로 하고 있던 터라, 총 모양의 컨트롤러는 게임의 그 핵심에서 빗나가 오히려 몰입도를 떨어트리는 요소가 되더군요. 차라리 이건 대놓고 상쾌하게 괴물들을 학살하는 게임에 어울리지 않을까 했어요(컨트롤러는 하얀색 말고 검은색으로 하고).



    간혹 Wii로 게임을 만든다면 어떤 게임을 만들지 생각해보곤 하는데요. 제 성향상 아무리 해도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 그러니까 활동적인 소재가 잘 생각이 안 나더군요. 주변의 Wii 게임들을 봐도 너무 발랄하고 활동적이고 상쾌한 것들 뿐이라...그런 게임을 하는 거야 그렇다 쳐도 만드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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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퍼플렉싱 - 2009/06/28 04:07
    Wii 스포츠는 정말 재미있는 게임 같습니다. 판매량이 그걸 증명해 주고 있죠(-_-;;;) 제가 아쉬운 점은 그게 과연 게임의 영역에서 재미있는가 하는 점인데... 뭐 이런저런 시도가 우리가 '게임'이라 부르는 것을 넓혀간다고 보면 좋겠죠. 아무리 비판적으로 보더라도, 적어도 친구들끼리 모여서 알맞은 테니스장이나 볼링장을 찾아가는 수고는 덜어줄 수 있는(공간적 제약을 해소한) 게임이니까요.



    Wii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게임은, 역시 Wii같은 환경에 새로 적응된 세대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좀 더 다양한 것을 가능하게 했는데, 사람들은 현실 따라하기에 열광하고(물론 재미는 있지만)... 좀 더 시간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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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는 개인적으로 Wii Sports나 Wii Fit을 '게임'의 영역에 놓고 있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새로운 놀잇감'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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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리드 - 2009/07/17 18:00
    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알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어느정도 동의하는 바입니다(Wii는 PS3나 XBOX360같은 게임기가 아니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 그런 것 조차도 게임의 영역안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게임이라고 불리는 범주 안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이것은 자격이 있냐 없느냐를 논하는 것과 비슷합니다만) 이런 것들이 나옴으로써 우리가 '게임'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외연이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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